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영어사이트
   
 
작성일 : 16-09-20 11:40
[중앙일보] 독지가 LA한인회 10만 불 쾌척…'한인회 후원의 날' 행사
 글쓴이 : admin
조회 : 812  

15일 열린 LA한인회 후원의 날 행사에서 로라 전(왼쪽서 5번째) 회장이 여성 이사 및 후원자들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았다. [남가주사진작가협회 김상동 회장 제공]

1.5·2세들이 주력군 포진 
낭비 줄이고 실속 챙겼다

이영송 전 LA평통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여기 들어오면서 한편으론 우울하고, 한편으론 희망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가장 나이(73세)가 많은 거 같아요. 확 달라졌어요. 1.5, 2세들이 많아서 에너지가 넘칩니다." 

15일 저녁에 열린 'LA한인회 후원의 날' 풍경이다. 이날 행사는 로라 전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갖는 대형 모임이다. LA의 부촌 행콕파크에 있는 양중남(코리아타운 플라자 회장)씨 자택에서 열린 것도 이색적이다. 한인사회 행사에서 흔하게 마주치던 1세대 인사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대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1.5, 2세들이 테이블을 거의 메웠다. 얼추 100여 명은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의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내용도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탈피했다. 작은 무대에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젊은 밴드가 잔잔한 라이브 음악을 선사했다. 그 흔한 축사 릴레이도 없었다. 제임스 안 한인회 이사장은 1세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부탁받았지만 고사했다. 

"내가 마이크 잡는 거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그런데 이젠 그런 구색 맞추는 축사, 인사말 이런 거도 탈피해야지요.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뻔한 인사치레 말을 하는 게 모양도 아니고 해서…이제는 모든 면에서 세대교체 해야지. 양 회장이 자택을 행사장소로 제공한 것도 기부문화의 시작이에요." 

이날 음식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한인회 이사들이 품을 팔았다. 음식을 사서 일부는 조리하고 그릇에 담아 뷔페식으로 꾸몄다. 돼지 통구이만 외부에서 주문해 현장에서 서빙했다. 

로라 전 회장은 한인회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단체간의 소통과 차세대를 육성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인회가 "사람을 키우는 개혁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회장과 임원진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후원자들을 일일이 찾아 비전을 설명하고, 포부를 알렸다. 익명을 원한 한 독지가는 선뜻 10만 달러의 체크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이날 행사는 이것저것 다 빼고 10만 달러 이상의 순수입을 기록했다는 게 주최측의 자랑이다. 재정자립을 선언했던 전 회장의 공약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조갑제 LA한인축제재단 이사는 "한인회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세대교체를 피부로 느낀다. 행사를 운영하는 방식도 신선하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1세대들이 차세대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조언자 역할을 해나가야 할 시기"라고 했다. 

전 회장은 1세와 2세를 잇는 브리지 역할을 자임한다. 사람을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에도 그 자신이 열정을 쏟겠다는 의지가 굳다. 젊어지고, 소통하고, 유연해지고, 탈권위적인 새 한인회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