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영어사이트
   
 
작성일 : 13-01-04 13:49
한인타운 '날로 대담해지는 블랙 컨수머'
 글쓴이 : admin
조회 : 1,915  

"매니저 불러, 내가 누군지 알아" 반말 일쑤
제품 교환보다는 과다한 보상 요구 늘어나

업체들, 보통 울며 겨자먹기식 소비자 달래
금전으로 해결했다 상황 더 악화 주의해야


#1. 한 생활용품점에서 그릇을 구입해간 고객 A씨는 한 달간 그릇을 써본 뒤 환불을 요구했다. A씨의 환불 이유는 ‘이전에 사용하던 그릇보다 불편하다는 것’. 해당업체는 구매한 지 한 달 안에 영수증을 지참한 모든 고객에게 100% 환불을 해주고 한 달이 지났더라도 물건이 새것일 경우 교환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 달이나 사용한 물건을 교환해줄 수 없었다. 그러자 이 고객은 매장 바닥에 자신의 그릇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고 업소를 떠났다. 

#2. 한인타운 내 한 의류점을 찾은 30대 여성이 원피스 하나를 집어들었다. 원피스 사이즈는 0~2 사이즈. 직원이 보기에 그 여성의 사이즈는 딱 봐도 6~8정도. 직원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다른 사이즈를 권했지만 이 여성은 기어이 옷을 입다가 파손시켰다. 이 여성은 “내가 찢어 놓은 것이 아니다”고 발뺌했고 업체측은 이를 알면서도 고객과 싸울 수 없어 고객을 그냥 보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의 발달로 소비자 파워가 세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블랙 컨수머들의 행동이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블랙 컨수머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블랙 컨수머 사례로는 '쥐식빵'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한 개그 프로에서는 블랙 컨수머를 풍자한 '정 여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여사의 인기 비결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인 사회에서도 블랙 컨수머들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유형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해 살펴봤다. 

▶협박 유포형 

블랙 컨수머들의 최대 무기는 '인터넷'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나 SNS 공개하면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당연히 제품이나 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우선 소비자를 달래는 쪽을 택한다. 

이중 일부 블랙 컨수머들은 제품교환보다는 과다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식품업체와 관련한 블랙 컨수머의 활동은 더욱 거세다. 소비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품을 가지고는 먹고 앨러지가 났다며 병원비 일당 정식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인터넷에 허위 유포를 하고 또는 언론사에 알리겠다며 협박성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매니저 불러'형

블랙 컨수머의 첫 마디는 역시 '매니저(사장) 불러'다. 때로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유명인사와의 친분을 거론하며 원하는 바를 요구한다. 물론 반말은 기본이고 목소리 톤도 높다. 

업체 관계자들은 "우선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 직원들은 긴장한다. 다른 고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내용과 상관없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구도 문제지만 업체들은 직원들이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다. 한 마켓의 매니저는 "매니저에게는 그나마 막대하지 않지만 일반 직원들에게 욕부터 할소리 못할소리 다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가장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쪽을 택한다.

한 소매업체의 매니저는 "사장도 가게가 손해 보더라도 직원 피해 줄이는 쪽으로 해결하라 지시했다"며 "고객에게 최선을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하대하거나 막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막가파 환불형

이미 사용도 했고 영수증도 없지만 블랙 컨수머들에게 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떼를 부려 어떻게 해서든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이다. 

일부 업체들에서는 영수증 없이도 환불을 해주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고객 때문에 골치다. 고객들을 위한 방침이지만 이를 고수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한 한인마켓 관계자는 "세일할 때 샀던 제품을 일반가격으로 환불해 달라고 할 때면 난감하다"고 말했다. 식당에서도 억지쓰는 고객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한 식당 업주는 "서비스를 안 준다며 소리를 지르고 식탁을 엎고 나가는 고객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처법

블랙 컨수머를 대응하는 특별한 대처법은 따로 없다. 

다만 빠르게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선은 고객이 하는 얘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책임여부를 떠나 먼저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빠른 후속 조치도 중요하다. 원인을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빠르게 답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늑장 대응을 하다가 일반 고객들이 악성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신속한 대처를 위해서라도 금전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금전으로 해결하려 했다가는 블랙 컨수머를 더 양산 할 수 있고 나중에 법적인 문제로 확대됐을 때도 업체가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쉬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 식품업체는 아예 컨수머들의 다양한 불만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고 전했다. 

오수연·이수정 기자